정부, 새 GPS ‘갈릴레오’ 참여 검토

EU 추진 상업용 시스템…“병행수신으로 안전판”
미 해군 제공 GPS 장애·일방중단 가능성 대비

원문; http://www.hani.co.kr/section-004000000/2004/12/004000000200412301834178.html

정부가 유럽연합 주도로 추진되는 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구축 프로젝트 ‘갈릴레오’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 지피에스가 기술적 장애나 보안을 이유로 정보 제공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30일 “미국 지피에스가 중단되거나 장애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이동통신과 위치확인 서비스가 일제히 마비된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갈릴레오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과학기술혁신본부 주도로 참여 규모와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표준으로 채택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 운전자를 위한 길 안내(카 내비게이션), 비행기 및 선박의 위치확인과 자동 운항 등은 현재 모두 미국 해군의 지피에스에서 제공하는 시간과 위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미사일 공격 등 군사적인 목적으로 지피에스를 구축해 운용하면서, 시간 및 위치 정보 등을 민간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잠시라도 미국 해군의 지피에스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시간 및 위치정보의 민간 제공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이동전화 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위성에서 위치정보를 직접 받아 제공하는 서비스가 모두 중단된다.

이는 시디엠에이 이동통신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도 작용하고 있다. 유럽방식(GSM) 이동통신 서비스 및 장비 업체들이 시디엠에이 방식의 시장 확대를 방해하는 논리로 사용하기도 한다. 학계 전문가는 “미국이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위성에 의존한다는 점 때문에 중동지역 나라와 중국, 러시아 등은 우리나라 이동통신과 같은 시디엠에이 방식을 꺼린다”며, “러시아의 경우, 독자적으로 구축한 지피에스를 이용하는 시디엠에이 방식을 표준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테러범들이 지피에스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지피에스 작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에이피통신>이 미국 정부관리의 말을 빌어 전한 바있다. 부시 대통령의 지시는 최근 승인된 미국의 새 우주정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마련되면, 미국 지피에스는 테러에 악용된다는 징후가 있을 때마다 중단될 수밖에 없게 된다. 업계 전문가는 “미국이 특정 지역을 정해, 그 지역에는 위성 신호가 가지 않게 하거나 신호에 암호를 거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미국이 동북아시아 지역을 테러범들의 경유지로 예상해 지피에스에 제한 조처를 취할 경우, 우리나라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라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48억달러(약 5조2천억원)를 들여 2008년까지 새 지피에스 ‘갈릴레오’를 구축하기로 하고, 참여할 나라를 모집하고 있다. 상업용이라는 게 미국이나 러시아 것과 다르다. 중국도 참여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면, 이동통신 업체들은 기지국에 미국 지피에스와 갈릴레오의 위성신호 수신 장치를 함께 달아, 한 쪽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쪽 시스템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