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태양 시계 

   지구와 태양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오래된 시계이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모든 다른 시계의 근본이 된다. 옛날 사람들이 땅바닥에 막대기를 세우고 태양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면서 "정오" 및 다른 시간들을 나타내었다. 이것이 바로 "해시계"이다. 그런데 해시계는 햇빛이 비칠 때는 꽤 믿을 만한 시간을 알려주지만 햇빛이 사라지면 전혀 쓸모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태양이 보이지 않을 때도 동작되는 기계적인 시계를 만들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시계는 "주시계(主時計)"인 태양을 기준으로 시간을 맞추었다. 이 때 태양은 제1차 시계이고 다른 시계들은 제2차 시계라고 말한다.
   시계의 역사에서 초창기에는 물이나 모래의 흐름을 이용하여 시간을 재었다. 그러나 이 시계들은 그 성능이 아주 조잡하였다. 그러나 전기로 활성화된 수정의 진동수를 세거나 루비듐이나 세슘 같은 원자들의 고유 진동수를 세는, 극도로 정밀한 시계들이 발명되었다. 지구-태양 시계는 24시간마다 한 사이클이 완료되는 것이지만 원자시계는 1 초에 수십억 번 진동하는 것을 세야 하기 때문에 훨씬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장치가 갖추어지면 원자시계는 지구-태양 시계보다 수천 배 이상 정밀하게 시간을 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쉽게 작동시킬 수 있다.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고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은 시계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요소를 제공해준다. 이 지구-태양 시계는 시간의 표준으로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다음의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런 점 외에도, 지구-태양 시계를 동작시키는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또 "누구"의 태양이 더 권위가 있는지 따질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아무도 이 시계를 운용하거나 조정하는데 있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이 많고 존경스러운 시계는 몇 가지 심각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시간을 재는 장치가 점점 개선되고, 지구와 우주에 관한 연구가 진척됨에 따라 지금까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천체현상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한가지로서, 지구-태양 시계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안정된 시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지구-태양 시계보다 더 정밀한 원자 시계가 등장하면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지구-태양 시계는 정확하지 않다. 처음의 두 가지는 해시계로 측정한 하루의 길이가 2월과 11월에 15분 가량 차이가 나는 원인이다. 그러나 이 효과는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예측할 수 없는 변동도 있다.
   사람이 만든 시계가 지구-태양 시계보다 더 안정되고 정밀해지자 이제는 태양시가 오히려 보정 되어야 했다. 기계 시계와 전기 시계가 더 믿을만해지자 사람들은 그 동안 "주시계"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지구-태양 시계를 점차 잊어갔다. 대신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계를 사용하게 되었다.  옛날에는 시간을 알기 위해서 태양이 뜨는 것을 관찰했지만 이제는 태양이 뜨는 시각을 알기 위해서 자기 시계를 쳐다본다.
(정리: 이호성, 199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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