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표시 (Ephemeris Time)
지구의 자전에 바탕을 둔 시간은 불규칙하다. 이 불규칙성
때문에 달이나 혹성들의 궤도운동을 예측한 시간은 실제 관측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달과 혹성들 모두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구 자체가 불규칙하게 운동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가정이 훨씬 합리적이고, 실제로 다른 관측에 의해서 실증되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우리는 천체의 운동은 정확한 시간에 발생한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시간척도를
지구의 자전과 연결시키기보다는 천체의 운동에 연결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 천체의 운동에 바탕을 둔 시간척도를 "역표시"라고 부르는데, 1956년에
만들어졌다.
역표시 (ET)를 채택한 것은 시간측정의 기본단위인 초를
정의하는데도 큰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1956년 이전까지는 일초는 평균 태양일의
1/864,00으로 정의되었다. (하루는 86,400초) 그러나 우리가 아는 것처럼 태양시에
바탕을 둔 일초는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1956년부터 1967년까지 일초는 역표시에
바탕을 두고서 정의되었다. 이렇게 정의된 일초 -역표초-는 가능하면 평균 태양초에
가까운 것이 실질적으로 사용하기 좋기 때문에 역표초는 1900년의 평균 태양초에
가장 가깝게 정의되었다. 다른 말로 하면, 역표시 (ET)와 세계시 (UT)를 유지하는
두 시계는 1900년에 가장 가깝게 맞추어졌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가서는 지구
자전속도의 감소로 인해 세계시가 역표시보다 30초 늦어졌다.
역표시는 균일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한,
뉴톤이 그의 운동방정식을 만들 때 생각했던 균일한 시간과 가장 잘 부합한다. 그러나
역표시의 가장 큰 단점은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역표시의 정의에
따라 천체운동을 관측하여 시간을 비교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에
필요한 정도의 정확도로서 시간을 알려면 여러 해 동안 천체관측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0.05 초의 정확도를 가지는 역표시를 얻기 위해선 9년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매일 밤 별을 관측하여 정해지는 세계시에서는 하루에 수 ms의 정확도로서
일초가 결정된다. 그러나 수 차례 언급한 것처럼 세계시에서 일초는 지구자전의 불규칙성
때문에 일정하지 않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짧은 시간동안에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일초이다. 그래서 원자초가 등장한 것이다.
(정리: 이호성, 1999.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