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의 표준 시간

  250년 전에는 바다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한 가장 중요한 도구는 나침반과 시계였다. 나침반은 그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가리켜 주는 것이지만, 시계는 그 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데 필요한 것이었다. 낮에는 태양의 위치를 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보면서 배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는데, 언제 보느냐에 따라서 별자리는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시계는 항해자들에게 필수적인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이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해나 별 대신에 인공위성을 이용한다는 것뿐이다. 정확한 시계가 실려있는 인공위성에서 발사하는 시간 신호를 수신하면 자기가 현재 있는 위치를 세계 어느 곳에서나 수십 미터 이내에서 알 수 있다.
  정보의 바다라고 일컫는 인터넷이 오늘날 같이 번창해진 것도 정확한 시계가 있음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컴퓨터 네트웍이나 전화망에서 송신 측과 수신 측에는 각각 시계 (clock)가 있고, 그 시계들이 서로 잘 맞아야만 혼선이 생기지 않고 정보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디지털 네트웍에서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전달하려면 더 좋은 시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네트웍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 없는 일일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하여 물건을 사고 팔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돈을 주고받기도 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서 기계를 동작시키기도 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화상 회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터넷을 이용할 때 시계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것 이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은행에 돈을 입금한 시각과 은행에서 돈을 받은 시각이 서로 틀리면 그로 인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 시대에 정보의 바다에서도 시간의 표준은 여전히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간의 표준은 역사적으로 변천되어 왔다. 시간의 단위인 1 초가 정해지는 방법도 달라졌고, 현재 시각이 몇 시 몇 분 몇 초인지 정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1956년 이전에는 태양을 기준으로 1 초가 정해졌다. 즉, 태양이 머리 위에 온 시점에서 다음 날 머리 위에 올 때까지의 시간을 하루 (24시간=86,400초)라고 하는데, 이 시간이 매일 조금씩 달라진다. 이 달라지는 시간을 1 년 동안 평균하여 평균 태양일이라고 부르는 하루의 길이가 정해졌고, 그것의 86,400 분의 1로서 평균 태양초라고 부르는 1 초가 정해졌다.
  그런데, 시계 제작 기술이 점점 발전하여 원자시계라는 것이 등장하였고, 원자시계로써 평균 태양일의 길이를 측정해보니 이것도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지구의 축이 일년에 15 미터 정도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으며, 계절에 따라서 지구의 회전속도가 달라지는 것도 알았다. 이에 따라 1967년부터는 세슘 원자시계를 이용하여 1 초를 정의하였으며, 이것을 원자초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원자초를 만드는 시계와 평균 태양초를 만드는 시계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즉, 지구가 회전하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전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어서 태양을 기준으로 동작하는 시계에서의 일년과 원자시계로 측정한 일년 (365 일 x 24 시간 x 3600 초)이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정확하게 1 초를 만드는 원자시계만을 가지고서 하루를 정한다면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는 태양이 지고 있는데 원자시계는 아침 시간을 가리키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윤초"라는 것을 도입하여 일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일초를 더하여 두 시계를 맞추고 있다.  이렇게 서로 맞추어 만든 시간 척도를 "세계 협정시"라고 부르며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모두 이 시간 척도를 기준으로 시간을 정하고 있다. 1972년에 도입된 "윤초" 제도는 1998년 말에 1 초가 더해져서 지금까지 총 32초가 늘어났다. 다른 말로 하면, 지구는 그 동안에 약 32 초만큼 일년의 길이가 길어졌다.
  시간에 관련된 이런 일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도량형국에서 총괄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원자시계에서 오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세계 협정시를 정하고, 또 각 나라의 원자시계가 얼마나 빠른지 또는 느린지를 알려 준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있는 원자시계들이 세계 협정시 생성에 기여하고 있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같은 시간을 사용하지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또 다른 시간을 사용한다. 이것은 영국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경도를 각각 180도로 나눌 때 어느 지역에 해당하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으로, 대략 경도 15도 간격으로 1 시간씩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에는 땅이 넓기 때문에 본토에만 4개의 시간대가 있어서, 뉴욕과 LA는 4시간 차이가 난다. 우리 나라와 일본은 지역적으로 동쪽 경도 135도 선 부근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는 것이다.  시간대에 따라 1 시간 단위로 달라지는데, (일부 나라에서는 30분 간격을 채택하기도 함) 그렇더라도 분이나 초에서는 모두 같다. 또한 세계 협정시에서 채택하는 윤초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최근에 스와치라는 시계 회사에서 하루의 길이 (1440 분)를 1000 개로 나누고, 한 단위를 1.44 분으로 정하는 시간 척도를 제시하여 인터넷에공개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시간척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시간 표준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시간을 한국표준시에 쉽게 맞출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홈페이지 (http://kriss.re.kr)에 들어오면 표준시각동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이것을 이용하면 사용자 PC의 시각을 0.5 초 이내에서 한국표준시에 맞출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모두 각자의 시계를 한국표준시에 맞추면 우리 나라 인터넷에서의 시간은 모두 표준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작성: 이호성, 1999.5.13.; "별과 우주" 잡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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