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알면 위치를 알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특히 아무런 이정표가
없는 망망대해를 여행할 때 해나 별을 보면서 위치를 추측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북반구에는
북극성이 있어서 탐험가나 모험가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였다.
이
초기의 항해자들은 북쪽으로 갈수록 북극성의 고도는 점점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수평선에 대해 북극성이 이루는 각도, 즉 고도를 측정함으로써 현재 배의 위치가
북극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바꾸어 말하면, 적도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때 "육분의"라는 장치가 고도를 정확히 측정하는데
사용되었다. 이 측정값을 위도라고 하는데, 적도는 위도가 0 도이고, 북극은 위도가
90 도이다.
그러나 지구가 자전하는 것 때문에 동쪽과 서쪽
방향에서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동서 방향에서의 위치
측정을 위해서 지구표면을 경도라고 부르는 선으로 360 도로 나누었다. 모든 경도선은
북극과 남극에서 만난다. 국제적인 합의에 의해서 영국 그리니치를 통과하는 자오선을
0 도로 하기로 하였다. 이 자오선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각각 180 도씩 나누었다.
지구상의
어떤 지점에서건 태양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는데, 한 시간에 15 도씩 (4분
동안에 1 도씩) 진행한다. 만약 어떤 배에 아주 정확한 시계가 있고, 그 시계가 그리니치의
현재 시각을 가리킨다고 가정하자. 항해자는 태양의 고도로부터 배가 있는 현 위치에서의
시각을 알 수 있다. 태양으로 결정된 그 지역시각과 그리니치 시각이 4분 차이가
난다면 그 배는 그리니치로부터 경도 1 도만큼 떨어진 지점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밤에는
두 세 개 별을 관측함으로써 위치를 알 수 있다. 그 방법은 북극성으로부터 위도를
알아내는 방법과 같다. 단, 차이점은 북극성은 하늘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항해자들이 배가 있는 현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시간을
알아야 한다. 항해자가 가지고 있는 해도에는 어떤 해, 어떤 계절, 어떤 시간에 별들이
어떤 위치에 나타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그가 현재의 시간을 안다면 별의 위치와
해도에 나타난 별자리와 비교하여 그가 있는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그
방법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별과 지구의 중심을 연결하는 선이 지구 표면과 만나는
점을 상상해 보자. 그림에서 A점과 B점은 각각 1번과 2번 별의 지표면에 해당하는
점들이다. 만약 항해자가 O 라는 지점에 있다면 1번 별은 머리 위에서 약간 기울어진
방향에서 보일 것이다. 그러나 A점을 중심으로 그린 원주상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O점에 있는 사람이 보는 각도와 같은 각도로 1번 별을 보게 된다. 그래서 O점에 있는
항해자는 2번 별을 보는 각도로 부터 B점을 찾아내고 B점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
두 개의 원은 두 지점에서 만난다. 항해자가 제3의 별을 보면서 같은 방법으로 원을
그리면 그 중 한점과 교차하는데 바로 그 점이 항해자의 현재 위치이다. 그런데
항해자는 자기의 현재 위치를 대충 알고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원이 만나는 두 지점
중 어느 쪽에 있는지는 세번째 별을 관측하지 않더라도 안다.
이
방법의 이론은 간단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2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다에서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시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리: 이호성, 1999.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