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계가 진짜 정확한가?
시간을 유지하고 지켜나간 역사를 살펴보면 자전하는 지구는
아주 좋은 시계였다. 오늘날에도 아주 정밀한 측정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지구는 여전히 가장 좋은 시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시계가 개발되면서 초에
대한 정의가 지구를 바탕으로 하던 것에서 원자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원자초가
더 일정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근거를 찾아내는
한가지 방법으로 여러 대의 원자시계를 만든 후, 그것들에 의해서 생성되는 일초가
같은 길이를 가지는지를 검사해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원자시계에서 생성된
시간간격이 일정하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원자초 자체가
세월이 지나도 더 길어지거나 짧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우리가 단순히 원자시계를 같은 종류의 다른 원자시계와 비교하기만 한다면 그것을
알 수 없다. 그러나 원자초를 다른 방법으로 만든 초와 비교한다면 가능하다. 그렇게
하여 두 종류의 일초 사이에 차이가 발생했다면 어느 쪽 초의 길이가 변했는지 알
수 있을까? 이것을 알아내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즉, 특별한 어떤 종류의 시계가 더 일정한 시간을 생성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대신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가 합의하여 어떤
시계 장치 - 자전하는 지구이거나 추시계이거나 원자시계 일 수도 있다 - 를 선택하고,
그 장치에서 나온 신호는 우리가 일초를 정의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시간이란 우리가 합의한 특정 방식의 시계가
동작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이 방식의 시계는 표준시간을 나타내고, 다른
방식의 시계는 다른 시간척도를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그 시간표준이 어떤 때는 빨리 가고 어떤 때는 느리게
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에 대한 대답은, 그렇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그 방식으로 만든 시계는 모두 같이 빨라지거나 느려질 것이므로,
그 시계를 잘 따른다면 아무도 시간 약속을 어기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시간이란 어떻게 정의하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정리: 이호성, 1999.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