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자전과 시간 변동
천체관측으로 만드는 시간척도가 불확실성을 가지게 되는 원인은
지구가 일정한 속도로 회전(자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후반경이다. 최초의 영국 왕립 천문학자인
존 프램스테드 (John Flamstead)는 1675년에 지구가 물과 공기로 둘러 쌓여 있기
때문에 지표 상에서의 분포가 계절에 따라 달라지면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도 계절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헬리 혜성을 발견한 영국 천문학자 에드먼드
헬리 (Edmund Halley)는 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였다. 즉, 1695년에 달이 있어야
할 지점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관측하였다. 이것은 지구의 회전속도가 느려졌거나
아니면 달의 궤도 계산이 잘못되어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달의 궤도를 다시 조심스럽게 계산하였으나 아무 잘못을 찾지 못하였다.
증거는
계속 나타났다. 20세기초에 미국의 천문학자인 사이몬 뉴컴 (Simon Newcomb)은 지난
2세기 동안 달은 예정된 지점 보다 앞설 때도 있었고 뒤쳐진 때도 있었다는 알아냈다.
1939년에는 달뿐만 아니라 다른 혹성들도 예정된 장소에 있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지구의 자전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1950년대
초에 원자시계가 개발되어 지구 자전의 불규칙성을 좀더 자세히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것은 원자시계에서 얻어지는 시간이 지구 시간보다 훨씬 일정하게 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연구에 의해 지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형태의 불규칙성을 가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구 자전운동의 계절적 변화는 마치 얼음판 위에서 발끝으로
서서 회전하고 있는 피겨 스케이터와 비슷한 원리이다. 피겨 스케이터가 뻗었던 팔을
움츠리면 회전속도는 빨라지고, 다시 팔을 뻗으면 속도가 느려진다. 이것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면, 회전하는 물체에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회전운동량이 보존되는
원리이다. 즉, 이 피겨 스케이터에 작용하는 힘은 공기 마찰력, 얼음과 스케이트
날 사이의 마찰력으로 거의 고립된 회전체이다. 따라서 회전운동량이 보존되기 위해선
팔을 당겼을 때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
지구도 이와 같은
고립된 회전물체이다. 겨울동안에 북반구에서는 대양에서 증발한 물이 얼음과 눈이
되어 놓은 산에 쌓인다. 대양에서 산꼭대기로 물이 이동한 것은 스케이터가 팔을
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지구는 겨울철에는 속도가 느려진다. 봄이 되어 얼음이
녹아 바다로 돌아가면 지구의 회전속도는 다시 빨라진다.
북반구에서
겨울이면 남반구에서는 여름이기 (또는 그 반대) 때문에 서로 상쇄효과가 나타나야
할 것인데 왜 그렇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 이유는 적도 북쪽에 있는
땅의 무게가 적도 남쪽에 있는 땅의 무게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두 반구 사이에서
상쇄효과가 있더라도 북반구에 의한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구를
불규칙한 시계로 만드는 이런 요인들 때문에 세 가지의 다른 "세계시"
시간척도를 만들게 되었다. 그것들은 UT0, UT1, UT2 이다.
UT0에서 UT2로 한 단계씩 올라감에 따라 점점 더 균일한 시간척도가
된다.
(정리: 이호성, 1999.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