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시간대역과 일광절약시간

    19세기 미국의 어느 철도역에 여행자 한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포켓에서 쇠줄 달린 시계를 꺼내어 철도역 벽에 붙어 있는 수많은 벽시계 중의 하나와 시간을 맞추었다.  이 무렵 미국의 어떤 주(洲)에서는 중요한 도시마다 시간을 따로 정했기 때문에 주 전체로는 수십 개의 공식적인 시간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차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각 지역의 "철도시간"과 맞추기 위해서 이십여 차례 시계 바늘을 돌려야 했다. 미국에서는 철도 여행에서의 이런 불편함 때문에, 또 정확하고 일정한 시간에 대한 요구로 인해 시간대역과 표준시간을 설정하게 되었다.
   미국 대륙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은 경도 차이가 약 60도 나기 때문에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총 4개의 시간대역으로 나누자는 안이 나왔고, 미국 철도에서는 1883년에 이 안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언론과 농부들로부터 심한 공격을 받았다. 신문에서는 "태양이 해야 할 일을 철도가 떠맡았다",  "온 세상이 철도시간 아래에 있게 되었다"는 식으로 비난하였다. 농부들은 만약 자연적인 시간을 사람들이 조작하면 기후와 날씨가 급격히 바뀌게 되어 우유와 달걀 생산이 대폭 감소하는 등 무시무시한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는 자기 지방의 시간을 다른 기관에서 설정하는 것에 대해 분개하였다. 그래서 표준시간과 시간대역에 대한 아이디어는 인기를 잃고 말았다.
   1918년 3월 19일에 미국 의회는 표준시간법 (Standard Time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의해 미국 대륙을 네 개의 시간대역(time zone)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당시 일차대전에 깊숙이 개입했던 미국은 연료 절약과 경제활동 장려를 위해 "일광 절약시간 (daylight-saving time)"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것도 이 법에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은 1966년에 제정된 균등 시간법 (Uniform Time Act)에 의해 전 지역이 일광절약시간 제도를 채택하였다. 이 법은 4월 마지막 일요일 오전 2시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 오전 2시까지는 한 시간이 앞서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리조나주, 하와이주, 인디아나주는 자체 법을 제정하여 이 법을 따르지 않고 있다.
   전 세계는 24개의 시간 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각 시간대역은 한 시간씩 차이가 나는데, 경도상에서 대략 15도 간격이다. 영국 그리니치를 남북으로 통과하는 자오선이 경도 0도 인데, 이 그리니치를 중심으로 동쪽 지역은 그리니치 시간보다 늦은 (지난) 시간을 나타내고, 서쪽 지역은 이른 시간을 나타낸다.  태평양 중앙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180도선은 날짜 변경선인데 이 선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어가면 하루를 앞서게 되고, 그 반대방향으로 넘어가면 하루를 뒤쳐지게 된다.
   일광절약시간과 날짜 변경선 때문에 많은 혼란이 있었다. 예를 들면, 어떤 화재보험에 가입할 당시에는 표준시간제가 적용되는 기간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였는데, 그 때는 일광절약시간제가 적용되는 기간이었다. 그 보험증권은 표준시간제에서는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광절약시간제에서는 이미 만료된 것이었다. 이 경우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법률적인 소송에서도 많은 논쟁거리였다. 또 다른 예로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날짜 변경선을 넘는 도중에 아기가 태어나거나 사람이 죽었을 경우에 어떤 날짜를 생일 혹은 사망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애가 유치원에 들어가는 나이 조건을 만족시켰느냐 하는 작은 것에서부터 사망 보험금을 받아내는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문제는 현재도 생기고 있고, 앞으로도 아마 계속될 것이다.
(정리: 이호성, 199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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