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성년과 태양년  

   지금까지 우리는 일년이란, 지구가 태양주위를 한바퀴 완전히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두 종류의 일년이 있다. 하나는 항성년으로, 이것은 별을 기준으로 바라볼 때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마찬가지 개념으로 항성일이란 별을 기준으로 지구가 지축을 중심으로 한바퀴 자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별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지구가 어떤 지점에서 출발하여 공전궤도를 따라 한바퀴 돌아서 다시 그 지점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항성년이다. 이 항성년의 길이는 평균 태양일의 약 365.2564 배이다.
   다른 종류의 일년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즉 사계절로 나누어지는 일년이다. 이 일년은 기술적인 표현으로는 태양년 (tropical year)이라고 하는데 그 길이는 평균 태양일의 365.2422 배로 항성년 보다 약 20분이 짧다. 두 종류의 일년의 길이가 다른 것은, 트로피컬 년을 설정하는데 사용되는 공간 기준점이 항성에 대해서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점을 춘분점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별을 배경으로 서쪽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천구의 적도는 지구의 적도를 지나는 면에 포함되어 있다. 반면에, 황도는 태양주위를 도는 지구의 공전궤도를 지나는 면에 포함되어 있다. 춘분점과 추분점은 황도와 천구의 적도가 공간에서 만나는 두 점을 말한다. 황도와 천구의 적도가 이루는 각도는 황도의 면에 대하여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각도와 같다.

   그런데 왜 춘분점과 추분점은 공간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돌고 있는 팽이가 흔들거리는 이유와 똑 같다. 돌고 있는 팽이에는 두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한다. 즉, 팽이의 회전은 팽이를 똑바로 세우려고 한다. 반면에 지구의 중력은 팽이를 쓰러뜨리려고 한다. 이 두 힘 때문에 팽이는 돌면서 흔들거리게 되는데 이것을 "세차운동"이라고 부른다.
   지구는 돌고 있는 팽이와 같다. 단, 다른 점은 지구를 쓰러뜨리려는 힘은 달과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에서 나온다. 그 중에서도 달의 인력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 만약 지구가 균일한 밀도를 가진 완전히 둥근 공 모양이라면 달의 인력은 지구의 중심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세차운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는 자전에 의해 적도부분이 부풀어진 모양이고 그로 인해 질량의 분포가 고르지 않아서 흔들리게 된다. 춘분점이 완전히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5,800년이다. 이것은 각도로 환산할 때 매년 1분 (1/60 도)씩 움직이는 것인데, 바로 이 운동 때문에 태양년이 항성년보다 매년 20분이 짧다.
(정리: 이호성, 1999.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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